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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조직문화

프리랜서가 바라본 조직 생활

2019년 여름, 나는 이직을 했다. 그간 프리랜서로 일을 해왔었는데 다시 회사라는 조직 안에 들어가 사원으로 일을 시작한 것이다. 당시 조직 안에 다시 들어가면서 조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 점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이를 정리해보았다.


1. 조직 내에 ‘잡담’이 많은 이유가 궁금하다. 

여기서 말하는 '잡담'은 일이나 협업과정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조직 내 어울림을 위한 이야기들을 말한다. 프리랜서로 일을 할 때에도 팀원들과 함께 일을 했었고 휴식 시간에 잡담을 하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조직 내에는 생각보다 더 '잡담'이 많았다.

서양문화라서 그런 것인가? 아침 9시에 출근을 하면 굿모닝 이후에 How are you? 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어떤지에 대해 아침에 어찌나 그렇게 물어보는지. 가끔은 말해주고 싶다. 오늘 하루를 지내봐야 오늘 내 상태가 어떤지 진짜 답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아니고서야 어젯밤에 잘 잤는지, 잠을 설쳤는지 외에는 딱히 할 말이 없다고. 나는 30분 안에 점심을 혼자 먹고 시간 내에 일을 마무리 하고 싶은데,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면서 밥을 먹고자 하는 팀원들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2. 의사소통에 사족이 많다고 느껴진다.

지난 몇 년 간의 프리랜서 및 리모트 워크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리모트 워크로 일할 때의 핵심은 간결하고 분명하게 의사소통에 있다. 이는 리모트 워크의 특징을 생각해보면 쉽게 유추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1. 컴퓨터 화면 너머의 상대방의 맥락과 상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2.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온라인이라는 수단을 통해 문자로 이루어기에
  3. 대면 소통으로 전해지는 눈빛, 표정, 몸짓, 분위기 등 모든 비언어적 정보가 생략된다.
  4. 결론적으로 상대방의 맥락과 상황을 이해하는 정보의 양이 현격하게 줄어들기에 더 많은 문자와 대화가 필요로 된다.

작고 가벼운 탁구공을 빠른 시간 내에 틱틱탁탁 주고 받는 느낌이랄까. 그렇기 때문에 리모트워크로 일할 때에는 단어나 표현을 선택할 때에 고심하게 된다. 특히나 한국어로 이야기할 때에는 주어나 목적어 등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은데 최대한 이를 복구해서 의사를 우회적으로 나마 확인하려고 한다. 그렇지 않았을 경우, 메시지 한 통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에 벌써 몇 통의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을 수 있고, 메시지가 왔다갔다하는 바람에 시간이 늘어지고 있음을 바로 눈 앞의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함께 일해왔던 에디터님, 일하고 있는 매니저, 디렉터님이 이 점을 간파하고 있는 분이셔서 나는 굉장히 복받은 효율 만점 의사소통을 즐겨왔다.)

그런데 조직에 들어오고 나니, 의사소통 방식이 달라지고 시간에 대한 여유가 확실히 많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업무의 특성상 촌각을 다투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대한 의존이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시간에 대해 무뎌짐에 따라 단어 선택과 표현이 둔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3. 목적과 어젠다 없이 만들어진 회의의 효용이 궁금하다.

몇 분 동안 무엇을 이야기하면 좋을지 정하고 회의를 잡는 리모트워크 때와 달리 조직 내에서는 회의가 기본적으로 1시간 단위로 잡힌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회의 중 시간이 질질 끌리고 느끼는 데에 있다.

그 이유를 간추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철저한 계획 없이 설정된 회의인지라 준비가 제대로 안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나 기획 없이 회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그 날 회의 시작과 함께 어젠다를 만들거나 무작정 내용을 쏟아 붇는 회의가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시작된 회의의 경우 참가자들의 시간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낮아진다. 아무리 평소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일지라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모두의 시간이 늘어지고 있는 마당에 자신의 경험 및 의견을 공유할 때에 적당한 분량으로 끝맺기가 쉽지 않아 진다. 결국 내 말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방점을 찍어가면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을 안하고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있는 그대로 술술 다 풀어서 말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회의 내에서는 그 말들을 정리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쏟는 경우가 있다.


물론 위에 열거한 내용들이 모두 부정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상황과 조건이 달라졌기 때문에 발생하는 자연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인식하는 것이 나에게는 중요하다. 그랬을 때에 나는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적 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회의를 하고 싶은 건지, 시간 내에 효율을 내는 회의를 하고 싶은건지 분명하게 인식함에 따라 나는 이에 맞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