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주간 홍콩에서 시도해본 디지털 노매드 생활기이다.
설레는 시작에서부터 좌절스러웠던 첫 시도의 끝 맛을 정리해보았다.
시작은 언제나 설레지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일들 대부분이 일하는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는 일들이었다.
이러한 특성이 모험을 좋아하는 본래 성격과 만나 자연스럽게 디지털 노매드라는 삶의 방식에 끌리게 되었다.
처음 '이런 삶의 방식도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된 것은 2015년.
앤스페이스에서 일을 할 때 만난 매니저님 중에
코워킹 스페이스, 커뮤니티, 디지털 노매드 생활에 정말 꽂혀 있는 분이 계셨는데,
그분 덕분에 세상 어딘가에는 아침에는 서핑을 하고 저녁에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중 나에게도 2017년 디지털 노매드를 '실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홍콩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때 주최 측의 실수(... 혹은 배려!)로 3주 정도 시내에 위치한 호텔을 제공받은 것이다.
다행히 그 당시에 하던 일이 연구/번역 관련 일이었기에 나는 기꺼이 홍콩에 머무르며 디지털 노매드로 살아보기로 했다.
상상과 현실은 다르다
홍콩의 쾌적한 호텔 방에서 디지털 노매드로 일을 하고 난 이후로 몇 번을 시도를 해보고 나니....
이게 말이 쉽지, 상상과 현실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 일단 호텔방에는 넓고 큰 침대와 화장대는 있어도 커다란 책상은 없다.
그나마 창가에 분위기 있게 놓여있던 책상도, 테이블이 아닌 칵테일 바에서나 볼듯한 좁고 높은 스탠딩 테이블.
정독 도서관의 열람실 같은, 혹은 아일랜드 테이블을 선호하는 나에게 스탠딩 테이블은 마우스패드를 간신히 올려놓을 정도로 비좁게 느껴졌다. 테이블에 맞게 설게 된 의자마저 오래 앉아있기엔 불편했다. 와인 한 잔을 하면서 분위기를 낼 수는 있어도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던 것이다.
2. 게다가 나는 책상 뒤에 '침대'가 있는 것이 상당히 거슬렸다.
이는 정말 개인적인 성향의 차이인데 나는 침대가 있는 공간에서 업무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는 것을 그 당시에 뼈져리게 깨달았다.
나는 침대가 있는 공간은 전적으로 '쉬는 공간'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쉬는 공간'과 '업무 공간'의 분리를 선호하는 나의 경우,
공간의 분리가 되지 않은 호텔방에서 업무를 보는 것은 오히려 개인의 업무 만족도를 낮추고 있었다.
3. 무엇보다도 이런 사소한 게 나는 신경이 쓰인다!
당연히 이런 일에 신경을 쓰지 않고 태연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는 그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나 하루 이틀이 아닌 주 단위로 일을 할 공간이 필요한 경우 나는 침대에서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다시 말해 나는 개인의 업무 만족도가 업무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었던 것이었다.
'나랑은 안 맞나 봐!'
그렇게 나의 첫 디지털 노매드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여기서 말하는 '실패'는 업무 완성도의 저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업무는 확실히 본다. 어떻게 해서든!)
바로 자기효능감 및 업무 만족도의 저하이다.
나의 경우 호텔방에서 겨우겨우 하루 일과를 마쳤을 때
집중해서 일을 마친 나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뿌듯함, 만족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업무 환경에 대한 안정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4성 자리 호텔이었음에도!) 호텔방의 테이블과 침대는 마음에 들지 않지,
그렇다고 주변에 있는 카페에서 일을 하자니
와이파이, 콘센트 등 환경이 잘 갖추어진 카페를 한 번에 찾아내기는 쉽지 않고.
조금 괜찮은 카페다 싶어 오래 앉아 있으면 눈치가 보이기 시작을 하니 원.
그렇게 나에게 최적의 업무 환경을 만들고 정돈하느라 하루에 1시간 정도를 쓰다 보니
업무 시간과 개인 시간을 확실하게 분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이게 웬 시간 낭비인가!'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었다.
당연히 하루가 끝나고 나면 '일만 하다가 끝난' 느낌에 찜찜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3주 후에 나는
'시도해보니, 디지털 노매드는 나랑은 안 맞는 업무 방식인가 보다!'라며 마음을 접고 있었다.
나는 그냥 업무랑 여행을 분리해야하는 사람인가 보다! 라며.
그렇게 5년이 지난 2021년.
이번 주말부터 2주간, 그리스에 디지털 노매드+워케이션으로 일을 하러 간다.
시간이 흐른 만큼 이제는 디지털노매드로 일을 해보면서 시행착오 끝에
업무 완성도와 만족도를 놓치지 않으면서 일을 할 노하우를 습득한 것 같다.

그간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는 다음 포스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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