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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기/심리학

심리상담 후기 | 어떻게 하면 상담 효과를 높일 수 있을까?

출처: pexels.com

상담은 얼마나 자주 받아야 그 효과가 나타날까?

앞서 포스팅한 글 <언제 심리상담을 받아야 할까?>에서 나는 심리상담을 마치 피트니스센터에 가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심리상담의 효과가 매 회차마다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심리적인 '문제'는 하루 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도대체 언제쯤 저의 문제들이 해결될까요?'라는 한탄스러운 질문에 나의 심리상담선생님은 '상담을 받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나아져있는 것이 대부분의 케이스'라고 하셨다.

 

사람마다 심리상담을 받는 주기는 다를 수 있다. 매주 1회씩 1시간씩 상담을 받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나처럼 2-3주에 한번씩 1.5시간에서 2시간 정도 상담을 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회차 별 기간을 두고 상담을 받는 이유는 2가지이다. 

 

상담 주기 설정 방법 1: 상담의 목적이 무엇인가?

시간 당 8만원이라는 상담 비용을 고려했을 때에, 나에게 한달에 32만원(한 달 4주 기준)은 적지 않은 비용이다. 물론 상담선생님을 만나서 해결해야할 마음 급한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얼마든지 보다 자주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급하게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마음 근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상담을 받고 싶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부담할 수 있는 적정선을 찾아야했다. 그래서 나에게 선물을 주듯이 3주에 한 차례 2시간씩 선생님을 만나기로 했다. 매주 선생님을 뵈었더라면 '더 좋은' 효과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두 번째 이유로 나는 회차 사이에 기간을 두기로 했다. 

 

상담 주기 설정 방법 2: 상담의 목적이 무엇인가?

내가 상담을 받으면서 선생님에게서 바랐던 것은 내가 그날 상담에서 털어놓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었다. 나는 선생님이 나에게 어떤 질문들을 하시고 똑같은 상황을 어떻게 다르게 바라보시는지 그 관점을 배움으로써 해결책을 수립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마음의 건강의 몸과 마찬가지로 꾸준하게 단련해야 한다. 이번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언제든지 다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그때마다 선생님을 찾아서 해결책을 내주시길 바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나는 역으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선생님에게 의존하게 되리라 생각했다. 내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키울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제대로된 상담 선생님이라면 당신에게 해결책을 주려고 하거나, 당신이 자기에게 의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내 상담 선생님처럼 해결책을 함께 수립해나가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힘을 키워주시는 데에 주력하실 것이다.**

 

상담을 녹음하기 시작하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이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을 따라배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찾은 방안이 상담을 녹음하는 것이었다. 상담선생님은 나의 제안에 흔쾌히 녹음을 해도 된다고 허락해주셨다. (윤리적인 차원에서 선생님의 프라이버시나 의견을 당연히 존중해야하지만 내 세션을 내가 녹음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밑져야 본전이라고 물어보자!)

 

처음부터 상담을 녹음 할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단기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내가 선생님이 해주시는 주옥 같은 이야기들을 상담이 끝나자마자 다 잊어버릴 것 같은 아쉬움에 녹음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회차가 거듭되면서 '이럴 때에 제가 지난 시간에 어떻게 질문을 했었죠?'라며 사고하는 프레임을 배우도록 유도해주시는 선생님이 보였다. 그렇게 상담의 목적을 장기적으로 선생님이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과 사고하는 프레임을 배우기 위함에 두고두고 상담을 계속 해서 녹음한 뒤 다음 상담을 기다리는 동안 복습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녹음을 다시 듣다

녹음을 했으면 다시 들어야 의미가 있다. 이에 초창기에는 매 회차가 끝나고 다음 회차를 기다리는 2-3주에 지난 세션의 녹음을 다시 듣고 녹취록을 작성하곤 했다. 상담 자체가 새롭다 보니 그 내용들이 신기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이 많아서 녹취하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었다. 하지만 회차가 거듭될 수록 녹음을 다시 듣고 녹취를 하는 것이 '숙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특히나 불편한 주제로 대화를 한 세션의 경우 다시 녹음을 듣기 위해 재생버튼을 누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부끄럽고 껄끄럽고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내용이다 보니 녹음을 듣는 데 저항감이 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내 마음이 내킬 때에 녹음을 다시 듣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내 방식대로 상담의 효과를 키우다

나는 상담을 녹음해서 다시 듣는 것이 상담의 효과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자기객관화를 훈련할 수 있다. 그 당시에는 내 감정에 몰입해 있어서 몰랐던 것들이 시간과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더 잘 보인다. 예를 들어, 그 당시 내 말들 뒤에 어떤 감정, 욕구,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지 훨씬 더 잘 느껴진다. 또한 녹음을 다시 든는 것은 내 생각을 패턴을 발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세션을 다시 듣다보면 내 안에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반복적인 생각의 패턴을 주제별로 정리해두면 다음에 비슷한 문제에 마주하게 되었을 때에 일단 분류라도 해볼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다. 그렇게 다음 세션을 기다리면서 혼자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야 말로 궁극적으로 내가 상담을 받는 목적을 충족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