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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조직문화

나의 디지털 노매드 경험기 (2) - 마인드셋

 

한시적 포기: "디지털 노매드? 나는 아닌가 보다!" 

 

앞선 포스팅에서 2017년 나의 첫 디지털 노매드 시도를 공유하며 

'정녕 디지털 노마드는 나랑은 맞지 않는 삶의 방식이란 말인가!'라며

좌절을 느꼈다고 했었다. 

 

디지털 노매드로 살기에는 내가 생각보다 더 깐깐하고

업무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나와 달리 디지털 노매드는 계속해서 바뀌는 업무 환경에

쉽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사람만이 채택할 수 있는 업무 형식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아닌가보다!'라는 결론으로 나름의 첫 실험이 종료 마무리한 후  

내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디지털 노매드라는 삶의 방식으로 도입한 적은 없다. 

 

포기를 포기한 끝에 

 

그런데 4년이 지난 2021년 여름.

나는 그리스 코푸(Corfu)라는 섬에서 워케이션을 즐기고 있다!

 

By Ryuha - '퇴근' 후 드라이브를 하며 돌아본 Sidari에서 

여기서 잠깐! 워케이션이란?
'WORK'와 'VACATION'의 합성어로 장기간 여행지에 머무르며 일하는 업무 혹은 여행 형태를 뜻한다.
출처: fairtravelkorea

 

업무 환경에 까다로운 내가 워케이션을 계획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4년 동안 여러가지 정황 상

정해진 오피스 공간이 아닌 곳에서 업무를 봐야 하는 상황이 축적되어 왔기 때문이다. 

 

내가 마주하게 된 업무 공간의 종류는 다양했다. 

카페, 호텔 로비, 기차 안, 공항, 버스 등등. 

 

그렇게 업무 공간을 유연하게 써야하는 크고 작은 상황들을

적어도 싫어하거나 피하지 않고 계속해서 직면해온 결과, 

오늘 나에게 '디지털 노매드'로 생활하는 노하우들이 쌓였다. 

 

(그러니, 나처럼 첫 시도로 좌절을 맛본 분들이 있다면
꼭, 몇 번이고, 특히나 처음에는 익숙한 공간에서 계속 시도를 해보시기를!)  

 

그중에서도 무엇보다도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깨달음은

'디지털 노매드'는 이래야 한다는 편견을 깨버리는 데에서 있었다. 

 

"디지털 노매드"라는 편견을 넘어

 

당신은 '디지털 노매드'라는 키워드를 떠올렸을 때 어떤 그림이 연상이 되는가? 

사람들마다 각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겠지만 이는 대부분 아래의 그림과 비슷하지 않을까? 

 

출처: euronews

동남아시아의 어느 해변가에서 서핑을 마치고 온 듯한 복장으로

넓은 소파에 기대 앉아 칵테일 한잔을 들면서 여유롭게 일을 하는 모습. 

 

그런데 나는 

1) 장시간 앉아있으면 허리디스크가 생길 것만 같은 저런 의자에서

2) 마우스 패드를 놓고 쓸 수 있는 테이블도 없이 

3) 집중력 다 흐트러지게 바다를 바라보며 

일을 할 수가 없는 사람이다.  

 

당연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혹은 미디어에서 그려놓은 "디지털 노매드" 상에 나를 끼워 맞추려고 했으니, 

디지털 노매드라는 업무 방식은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 수 밖에! 

 

그런데 어느 누구도 발리섬에서

1) 제대로된 테이블에서

2) 허리받침대를 올린 의자에 앉아

3) 조용한 배경음악을 틀면서 일을 하는 것은 

디지털 노매드가 아니라고 한 적은 없지 않은가?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그림과는 매우 다르겠지만!) 

 

'너 자신을 알라'고 했던가

 

"디지털 노매드"의 성공 여부가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주어진 업무 환경을 

얼마나 나에게 맞게 최적화할 수 있는가

에 달려있다는 걸 알게 되고 난 이후에는 

전적으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업무 환경은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데에 주력했다.

 

가령 나는 사소하지만 마우스패드를 두고 업무 보는 것을 더 선호하는 사람이다.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있으면 마우스패드와 손목 보호 마우스가 갖추어져 있을 때

업무 효율과 만족도가 덩달아 올라간다. 

그렇다면 나는 마우스패드를 둘 수 있는 임시적인 업무 공간을 구축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평상시의 업무 만족도를 유지하면서 디지털 노매드로 일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디지털 노매드라는 업무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다른 전제조건들도 필요하다.

회사 규정 상 리모트 워크가 가능해야 할 것이고 

조직문화가 자율성 및 결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여행지가 기본적인 제반 시설 (인터넷 등)이 잘 갖추어진 곳이어야 할 것이다.

 

그밖에는 철저히 자기 재량권에 달렸다. 

나에게 잘 맞는, 내가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업무 공간을 

나 스스로가 얼마나 잘 알고 있고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서 구축할 수 있는지, 

다시 말해 

나의 업무 만족도를 유지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여행지에서 구축해 낼 수 있는가?

여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시행착오 끝에 이 열쇠만 스스로 잘 만들어 낸다면

누구든 디지털 노매드라는 업무 방식을 만족스럽게 도입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그리스에 온 지 10일 차.

업무를 병행했던 첫 한주를 잘 마무리하고 2주 차는 편하게 휴가로 보낼 예정이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내가 스스로를 위해 만든 디지털 노매드의 업무 공간 체크리스트를 공유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