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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계발 | 어떻게 조언을 받아야 할까?

류하 (流夏) 2021. 3. 28. 17:33

 

커리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변 어른들에게 조언을 구해봤을 것이다. 나 역시 부모님, 학창 시절 선생님, 대학교 때 교수님, 회사 상사, 심지어는 동네 카페 사장님까지, 나보다 오랜 시간을 살면서 일을 해온 사람들에게 '도대체 어떻게 커리어를 계발해야하는지?'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많다.

 

사실 이러한 고민을 하는 기저에는 두려움이 깔려있다. '어떻게 커리어를 계발해야 실패하지 않을 수 있을지?'라는 인생에서 실패를 면하고 싶은 마음 말이다. 다시 말해 커리어 계발에 대한 조언을 구할 때의 본질은 두려움을 어떻게 맞서야하는지를 묻고자 하는 데에 있다.

 

그러다보면 다양한 종류의 조언을 들을 수가 있는데 다음과 같이 조언을 분류해보았다. 


1. 

본인이 살면서 겪은 두려움과 좌절, 후회를 나에게 쏟아 놓는 사람들이 있다. 그 분들의 이야기에도 물론 가치가 있다. 살아가면서 피해가야할 것들, 웬만하면 피할 수 있는 것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적당한 선이 필요하다. 그 정도가 지나치면 두려움은 맞서 싸워야할 것이 아니라 그냥 피해가고 싶은 존재가 되어버려 오히려 개인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부정적인 인센티브(negative incentive)'에 그다지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받은 두려움을 쏟아내면서 나에게 겁을 주는 어른들은 실은 내가 피해야할 사람이다. 

 

2. 

 

자신 앞에 나타난 어려움을 어떻게든 대처한 뒤에 이를 영웅담처럼 이야기하는 어른들이 있다. 대부분은 본인이 해온 '업적'들에 취해있다. 내가 처한 상황에는 그닥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겪은 어려움에 맞서 자신이 취한 구체적인 행동 위주로 조언을 해준다. 하지만 그들이 겪어낸 이야기 속의 시간은 내가 살고 있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과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행동 위주의 조언은 그 행동이 지닌 함의를 보여주는 예시로 등장하지 않는 이상은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이들 중 두려움의 실체를 직접 경험한 사람은 드물다. 다시 말해 두려움에 앞서 이것이 실제로 발현되는 것을 막기 위한 행동을 취하느라 바빴던 사람들이다. 결국 이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이 두려움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여전히 고민하다. 

 

3. 

 

용기를 주는 어른이 있다. 그들은 내가 뭔지 모를 현실을 앞두고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본인들이 온전히 두려움을 느껴본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어떤 행동을 취해야 좋을지' 전략을 제시하지 않는다. 외부적인 현실을 넓고 깊게 파악하고 있는 것은 자신들일지 몰라도 나의 내면에서 내가 처한 상황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것은 나라는 것을 알기에 행동 중심의 조언을 오히려 주저한다. 대신 그들은 두려움 앞에서 움츠러든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이 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조언은 매우 효과적이다. 

 


겁을 주는 어른들은 세상에 많다. 이러한 어른들의 조언들에 나쁜 의도가 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조언을 하는 입장에서 자신들이 겪었던 두려움을 내가 겪지 않았으면 하는 측은한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찾고 있는 어른은 용기를 주는 어른들이다. 두려움을 피할 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데에 탁월한 어른이 아닌 두려움을 온몸으로 받아들여본 사람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