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립(而立)을 고대하며
2021년 1월 11일 나는 만 30세, 서른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2020년의 끝자락이 다가오는 요즈음 나는 종종 내 20대를 돌아보곤 한다. 여느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리는 것처럼 내 20대는, 내 '청춘'은 찬란했을까? 나는 내 20대에 어떤 수식어를 붙이고 싶을까?
그 답을 나는 내 기록들에서 찾았다.
올해 여름, 2017년 8월에 네덜란드에서 석사과정을 시작한지 3년 만에 서울의 여름을 찾았다. 2주 간의 자가격리 기간 동안 어둡고 축축하지만 서늘한, 지금은 내 동생의 방이 된 나의 옛 방에서 나는 구석에 고이 모셔둔 일기장을 파내 읽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매일 같이 끄적여 온 일기장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가장 먼저 내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치열'이다. 2010년의 나도, 2013년의 나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의 나도 모두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더 정확히는 지난 10년간 나는 "어떻게 사는 것이 정답이고 옳은가?", 아니, "어떻게 하면 나는 더 정의롭고 평화롭고 공평한 세상에 기여하는 삶을 살 수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다.
20대에 나는 나를 조여매고 쥐어짜고 채찍질하며 꽤나 지난하고 고되고 그만큼 치열한 시간을 보냈었다. 그 치열함의 끝에 나는 얻고자 했던 정답을 얻었을까? 그리고 그 정답이 내 모든 치열함을 보상할 정도의 값어치가 있는 것이었을까?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어떠한 답을 찾았으며, 이 답은 얼핏 보면 내가 보내온 치열한 시간들에 비해 아주 초라하고 보잘 것 없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답을 초라하게 바라보고 있는 내 안에는 '그 시간에 더 신나게 미친 듯이 자유롭게 젊음의 광기를 누렸어야 했었는데!'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고 이는 '젊음을 아낌없이 소진해야한다'는 사회적인 가치관에 나 스스로가 쏠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리고 실은 마음을 가다듬고 조용히 내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나는 내가 찾은 이 얇고 가벼운 답 덕분에 해방감과 자유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기록하기로 마음 먹었다. 지난 10년 동안 내가 느끼고 배우고 심고 세워온 배움들을. 그리고 그 배움을 통해 얻은 가볍고 값진 그 답을. 종종 사회의 입김 속에서 그 답이 초라해보일 때 다시 내 마음을 고요하고 단단하게 가다듬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