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후기 | 언제 심리 상담을 받아야할까?
내가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한 것은 작년 8월이었다. 남자친구에게 몇 번이나 큰 상처를 주고 난 이후에야 실은 남자친구가 아니라 내가 나 스스로를 믿고 있지 않았으며 사랑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심리상담이라는 개념이 익숙하고 이에 우호적인 어머니를 두고 있어 첫 발을 내딛는게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카밀라(Camila)도 30대를 앞두고 있는 나에게 한번쯤 자신의 마음 상태를 점검해보는 개념으로 심리상담을 받아보라고 추천을 해왔었다. (카밀라와 나는 나이 차이가 좀 있는 편이다. 그런데 굉장히 영(young)하고 이해심 많은 카밀라 덕분에 동갑내기 친구처럼 지내왔다. 카밀라 역시 30대 초반에 심리 상담을 받았었는데 매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심리상담이라고 하면 뭔가 큰 일이 있어야지만 찾아갈 필요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경험한 심리상담은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피트니스를 다니듯, 내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고 점검하고 훈련시켜나가는 과정의 일환에 가까웠다. 혼자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운동을 할 수도 있지만, 전문 PT를 고용해서 나에 맞는 운동 방식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수립하는 것처럼, 혼자 책방에서 심리학 관련 책을 뒤적이는 것이 아니라 상담 선생님이라는 전문가와 함께 조금 더 효과적으로 나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내가 받고 있는 심리 상담이 '치료'라기 보다는 '훈련'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긍정심리학, 인지치료를 포함한 전문적인 코칭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런 점에서 한국의 심리 상담이 사용자 부담으로 1회차부터 상당한 금액으로 책정되어 있다는 점이 조금은 아쉽다. 비용은 심리상담이 타부시 되는 문화적 환경과 더불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운이 좋게 마음에 드는 선생님을 금방 찾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겠는가? 뿐만 아니라 내가 안정적인 수입이 없는 상태였다면 심리상담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쉽게 권유하기가 망설여지지만, 여유가 된다면 외적인 요인으로 심리 상담을 찾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을 때가 아닌 평상시에 미리 한번씩 심리 상담을 간헐적으로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마음 근력을 키우듯이 말이다. 한 번의 상담이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평상시에 사용할 수 있는 기법들을 배울 수 있고 (가령 평상시 스트레스를 조금 더 빨리 알아차리고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대응하는 힘을 기를 수 있게 해준다던가) 여러번의 시도 끝에 자기와 맞는 방식과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고 생각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언제 심리상담을 받야하냐고? 나에 대해 궁금증이 올라왔을 때, 대중 심리 서적을 읽는 것만으로는 뭔가 채워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때 언제든지 전문가를 찾아보길 권한다.